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다 똑같이 합니다.
괜찮은 앱을 찾고, 화면 예닐곱 개 캡처하고, 폴더에 넣습니다.
그리고 그 폴더를 다시 안 엽니다.
저도 그랬습니다.
왜 그런지 한참 몰랐는데, 이유는 단순했어요.
저장한 게 그림이라서 그렇습니다.
그림은 "이렇게 생겼다"만 알려주고, "이렇게 짜여 있다"는 안 알려줍니다.
그런데 우리가 레퍼런스에서 진짜 원했던 건 후자거든요.

팀에서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. 앱스토어 링크를 넣으면 스크린샷과 설명을 읽어서 화면 구조를 역으로 계산하는 겁니다.
생산성 앱 하나로 돌려봤어요.
“넣은 것: 스크린샷 10장
나온 것: 화면 14개”
그중 9개는 스크린샷에 있던 화면
나머지 5개는 없는데 추론한 화면
스스로 매긴 신뢰도: 5점 만점에 절반
마지막 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.
"어떤 스크린샷에도 탭바 전체가 안 나와서, 하단 내비게이션은 추측입니다."
어디를 모르는지 스스로 말해준다는 거요.
이걸 해외 커뮤니티에 올렸더니, 업무용 제품 만드는 분이 댓글을 남겼습니다.
자기가 레퍼런스에서 가져가는 건 생김새가 아니라 결정 지점이라고요.
어디서 갈라지는지, 정상 흐름이 끝나면 뭐가 오는지,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데 몇 번 눌러야 하는지.
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.
레퍼런스의 가치는 잘 나온 열 장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.
결제가 실패했을 때, 세션이 끊겼을 때, 작업 중간에 필수 항목이 비었을 때 뭐가 일어나는지에 있다.
읽고 나서 좀 멍했습니다. 맞는 말이었거든요.

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. 빈 화면, 결제 실패, 로그아웃, 검색 결과 없음, 권한 거부.
이런 걸 앱스토어에 올리는 팀은 없습니다.
그러니 스크린샷을 아무리 잘 읽어도 거기서 나올 수가 없어요.
문제는 이게 도구만의 한계가 아니라는 겁니다. 손으로 볼 때도 똑같습니다.
우리는 남의 앱을 참고한다면서 사실 그 앱의 홍보 화면만 보고 있었던 거예요.

이 대화 이후로 제가 바꾼 게 세 가지입니다.
하나, 일부러 망가뜨려 봅니다.
레퍼런스 앱을 깔았으면 정상 경로만 보지 말고 부숴봅니다.
검색어를 이상하게 넣고, 필수 입력을 비운 채 넘기고,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, 로그아웃해 봅니다.
그때 나오는 화면이 그 팀이 실제로 고민한 결과물입니다.
둘, 돌아가는 길을 셉니다.
아무 화면에서나 처음으로 돌아가는 데 몇 번 눌러야 하는지 세어봅니다.
스크린샷엔 절대 안 나오는데, IA가 좋은지 나쁜지 제일 빨리 알려주는 숫자입니다.
셋, 갈라지는 지점을 표시합니다.
사용자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어디인지요. 그게 그 제품이 뭘 중요하게 보는지 말해줍니다.
이 세 개는 캡처 폴더에 절대 안 남습니다. 그래서 우리 레퍼런스 폴더가 매번 쓸모없어졌던 거고요.
여러분은 레퍼런스에서 뭘 남기시나요.
이미지를 모으세요, 아니면 구조를 적어두세요? 그리고 그거 다시 열어본 적 있으세요?
저는 오래 이미지만 모았고, 다시 연 적은 거의 없습니다.